단순하게 한국/일본 시장을 놓고 어떤 나라에서 IT 프로덕트를 훨씬 잘 만든다고 선뜻 얘기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개인적인 서비스 경험을 놓고 얘기해 보자면, 전반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IT 프로덕트가 일본보다 많이 발전해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 아직까지도 반응형 모바일 웹을 지원하지 않은 사이트가 많이 있음
- 텍스트 위주로 구성된 웹사이트가 많이 있음
- App을 사용해도 다른 Native app처럼 깔끔한 사용자 경험을 느끼기 어려움
한국 IT 프로덕트들에 비해서 일본 IT 프로덕트의 기술이 뒤처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문화적인 차이에서 이런 갭이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래와 같은 문화적인 차이가 IT 프로덕트에도 그대로 반영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은 예전 것들을 빠르게 부수고, 새롭고 fancy 한 것들을 아주 잘 만들어 냅니다. 특히나 유행에 엄청 민감하며 대중들이 원하는 정답이 있는 느낌입니다.
- 일본은 예전 것들을 잘 보존하려고 하며, 조심스럽게 느리다고 생각될 정도로 변화해 나갑니다. 특정한 정답이 있다기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느낌입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IT 프로덕트를 사용하면서 좋았던 고객 경험이 있어서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MatsukiyoCocokara
첫 번째 프로덕트는 국내에도 drug store로 많이 알려진 MatsukiyoCocokara입니다. Matsumotokiyoshi였는데 Cocokara와 합병해서 이름이 변경되었네요.
우선 앱을 설치하게 된 상황부터 설명드리자면
-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서 물건 구입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감
- 점원이 앱 설치 여부를 물어보며,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고 앱 설치 권유
- 한국의 일반적인 앱 설치 후 회원가입을 생각해서, 회원가입이 귀찮아 안 한다고 함
- 점원이 앱 설치만 하면 된다고 하며, 앱 스토어 검색 유도
- 앱 설치 후, 위와 같이 쿠폰 페이지로 이동하여 바로 쿠폰 적용
앱은 아주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하단 bottom navigation에서 두 번째 버튼을 클릭하면 쿠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별도 회원가입 없이 빠르게 쿠폰을 적용하여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nanamica
두 번째 프로덕트는 nanamica입니다. 노스페이스 재팬과 나나미카가 협업한 The North Face Purple Label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다이칸야마 nanamica 매장에 방문했던 경험입니다.
위 케이스와 비슷하게 점원의 권유를 받아 앱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서 물건 구입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감
- 점원이 앱 설치 여부를 물어보며, 구매 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고 앱 설치 권유
- 한국의 일반적인 앱 설치 후 회원가입을 생각해서, 회원가입이 귀찮아 안 한다고 함
- 점원이 앱 설치만 하면 된다고 하며, 앱 스토어 검색 유도
- 앱 설치 후, 바코드 스캔 후 바로 포인트 적립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빠르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회원가입은 안 했습니다...)
국내 서비스에서 생각해 볼 만한 포인트
위 두 가지 케이스에서 공통되게 나타나지만 저는 회원가입을 너무나도 귀찮아하며, 회원가입 후 날아오는 알림톡과 광고 이메일들을 정말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는 회원가입을 해야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atsukiyoCocokara는 올리브영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올리브영의 경우에도 회원가입/로그인을 해야지만 쿠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국내 서비스는 카카오톡, 네이버 등의 SSO를 제공하여 회원가입의 복잡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서비스에서 Google/Facebook으로 SSO 연동을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신규 회원가입 시 입력해야 할 필드들이 너무 많아서 이게 연동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 부모님도 올리브영에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있는데 회원가입이 복잡해서 못하겠다고 저보고 대신 구매해 달라고 하신 적도 있었네요...)
또한 힘겨운 회원가입이 끝나면, 그때부터 매일매일 무차별적인 광고 공격이 시작됩니다.
특히 쿠팡이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앱 설정에 푸시를 off해도 푸시를 계속 보냅니다... 이럴 거면 옵션을 왜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저는 아이폰에서 쿠팡앱 Notification을 아예 꺼버렸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정보를 모을 수 있으면 최대한 모으는 게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지만, 고객 경험(CX)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방법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서비스의 경우, 아직까지도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이 되기에 위와 같은 방법을 적용했을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국내 서비스들처럼 무조건적으로 회원가입을 강제하는 게 좋은 방법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일본 IT 프로덕트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프로덕트를 통해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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